책 소개“맛을 기억하는 4가지 방식”
박찬일 ×
Collaboration


“우리는 왜 억압 아래서 먹은 대충 만든 음식을 더 잘 기억할까.
그리하여 먹는 일이 더 굴욕적이고 비참한 본능이라는 것을 상기하게 될까.”
〈시리얼〉11호의 컨트리뷰터 박찬일 셰프는 뇌의 한켠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맛의 기억을 곱씹으며 이렇게 말한다. 유명 셰프이자 음식에 대한 미문의 글쓰기로도 유명한 작가 박찬일은 ‘맛을 기억하는 4가지 방식’이라는 주제로 재료, 추억, 도구, 사람 그리고 이를 통한 음식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먹방’, ‘쿡방’이 대세인 요즘이지만, 단순히 먹는 것에 대한 품평을 넘어서 음식이 품고 있는 더 깊은 무언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면 그의 글이 좋은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이 외에도 이번 호에서는 도쿄, 시애틀, 비엔나 등 세계 유명 도시에서 만난 정갈하면서도 편안한 <시리얼>만의 이미지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특히 <시리얼>이 만난 무인양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하라 겐야, 덴마크의 유명 가구 브랜드 칼 한센 앤드 선을 이끌어가는 크누드 에릭 한센, 뉴욕에서 급부상하는 패션 브랜드 토토카엘로의 CEO 질 웽거와의 인터뷰를 통해 장인 정신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의 성장 원동력 그리고 내면의 만족을 얻는 삶의 방식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일본적이되 결코 일본적이지 않은 무인 양품의 디자이너 하라 겐야
전통 덴마크 가구 칼 한센 앤드 선을 4대째 경영하는 한센가 이야기
매력적인 일본다움을 강렬하게 내뿜는 브랜드 무인양품. 하지만 이곳의 아트 디렉터 하라 겐야는 ‘비움’의 의미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왔다고 고백한다. 모든 이미지를 담을 수 있고 어떤 용도로도 쓰일 수 있는 이 비움의 철학은 ‘상표 없는 질 좋은 제품이라는 의미’의 ‘무인양품(無印良品)’으로 구체화되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이 정신을 이어 발전시키고 있다. 한편 4대째 가업을 이어 덴마크 특유의 자연주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가구를 생산하는 칼 한센 앤드 선의 CEO 크누드 에릭 한센을 통해 한센가가 덴마크 가구의 전통을 살려 이제 세계 곳곳으로 해외 수출을 늘려가는 비결에 대해서도 들어본다.

비엔나에 가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페이스트리의 달콤한 유혹
쇠퇴해가던 섬마을을 살린 문화・사회적 기업 캐나다의 포고 아일랜드 인
문화와 예술이 빛나는 도시 비엔나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구겔후프, 토펜콜라셰, 슈트루델과 같은 비엔나식 페이스트리이다. 통칭하여 ‘비에누아즈리(viennoiserie)’라 불리는 이 달콤한 빵들은 비엔나 유수의 커피 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으며 만들기가 까다롭고 독창적인 만큼이나 참으로 매혹적이다. 왈츠, 커피, 건축 등 비엔나를 대표하는 것들은 수없이 많지만 잠시 허리 사이즈에 대한 걱정을 잊고 입 안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맛의 향연에 빠지는 것 또한 이곳을 즐기는 매우 행복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이 밖에도 <시리얼>은 우리를 캐나다의 작은 섬 포고 아일랜드에 위치한 아름다운 은신처 ‘포고 아일랜드 인(Fogo Island Inn)’으로 안내한다. 설립자 지타 코브는 자신의 고향인 이 섬의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문화・사회적 기업인 포고 아일랜드 인을 설립했다. 단순한 여행자 숙소에 머물지 않고 지난 400년간 이 섬에 축적된 모든 것을 보존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이곳을 새로운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시켜가고 있는 그녀의 열정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저 자 소 개
■ 지은이_한국어판 컨트리뷰터 글_박찬일
잡지 기자로 활동하던 어느 날, 돌연 요리에 흥미를 느끼고 유학을 결심한다.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1999년부터 3년간 공부하고 2002년 귀국한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시칠리아에서 요리를 배웠다. 그는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만든 이탈리아 음식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젊은 요리사들 사이에서 유행으로 번지고 있는 슬로푸드, 로컬푸드 개념을 양식당에 최초로 적용하며, 재료의 원산지를 꼼꼼히 밝히는 방법을 처음 쓴 것으로도 알려졌다. 수입 아스파라거스 대신 진도 대파를, 수입 연어 대신 제주 고등어를, 수입 쇠고기 대신 남원 흑돼지를, 마치 양식당의 불문율처럼 써야 했던 소고기 스테이크 대신 내장 부산물을 메인 요리로 내놓는 배짱 두둑한 요리사이기도 하다. 글 쓰는 셰프로 알려진 그는 미문의 문장가로도 유명하다. 쓴 책으로 《박찬일의 파스타 이야기》,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등 여러 권이 있으며, 맛과 글에 대한 강의와 함께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 지은이_한국어판 컨트리뷰터 사진_선우형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행복이 가득한 집>, <여원>, 경향신문사 출판 사진부를 거쳐 현재는 플루토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배화여대에 출강 중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정물 촬영 특히 요리 이미지 작업이다. 수다스럽게 작업하는 것보다는 혼자 음악을 들으며 집중할 수 있는 차분한 작업을 선호한다. 특히 이번 <시리얼> 작업을 진행하며 원고를 읽고, 소재를 구성하고, 메모지에 무수한 단어들을 적고 또 그림을 그리고, 소품을 찾으러 다니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행복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 지은이_ 시리얼 매거진
영국 배스에 살고 있는 로사 박Rosa Park과 리치 스테이플턴Rich Stapleton은 여행과 음식이야말로 행복한 삶을 향유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이 두 가지를 정기적으로 즐길 때면 마주하게 되는 가슴 벅찬 순간에 주목하고, 영감을 주는 글과 아름다운 사진이 가득한 매거진을 만들기로 했다. 그들은 이 근사한 매거진에 ‘시리얼’이라는 친근한 이름을 붙이며, 어린 시절 아침마다 우유에 부은 시리얼을 먹으며 시리얼 상자 뒤에 있는 글과 그림을 보던 추억을 떠올렸다. 그 시절 시리얼은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읽는 책이자 즐거움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시리얼〉또한 일상의 행복이자 순수한 호기심의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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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_ 이선혜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루앙대학교에서 2 년간 수학.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하여 영어, 불어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우리 삶이 춤
이 된다면》 《의사, 인간다운 죽음을 말하다》 외 다수가 있다. 번역 영화로는 〈적과 흑〉 〈레미제라블〉 〈천국의 아이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