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B Issue#69 MAISON KITSUNE (국문)

 

 

 

 

 

 

이 책에 대하여

 

매거진 는 제이오에이치의 관점으로 찾아낸 전 세계의 균형 잡힌 브랜드를 매월 하나씩 소개하는 광고 없는 월간지입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브랜드 관계자부터 브랜드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싶어 하는 이들까지,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모두를 위해 만드는 진지하지만 읽기 쉬운 잡지입니다.

 

 

 

 

 

 

 

 

 

 

저자 소개

 

2011년 4월 창립한 제이오에이치는 NHN에서 크리에이티브 마케팅·디자인(CMD) 본부장을 역임한 조수용 대표가 만든 크리에이티브 컴퍼니입니다. 조수용 대표는 한국의 구글로 불릴만큼 국내외로부터 큰 찬사와 관심을 받은 NHN 분당 사옥의 탄생을 총괄 디렉팅하고 이를 단행본 <그린팩토리>로 펴내 출판계에서도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인 제이오에이치는 조수용 대표의 경험을 살려 건축 디자인부터 브랜드 컨설팅, 인테리어, 식음 서비스, 제품 디자인, 미디어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거진 는 제이오에이치가 세상에 선보인 첫번째 결과물입니다.

 

 

 

 

 

목차

 

02 Intro

 

09 Editor’s Letter

 

12 Perspectives

네 명의 인물에게 들어본 메종 키츠네

 

16 Exploration

메종 키츠네의 파리와 도쿄 부티크

 

20 Opinion

메종 키츠네 공동 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길다스 로엑

 

24 Label

브랜드의 시작점이자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는 음악 레이블 키츠네

 

32 Companions

가까이에서 브랜드의 시작을 바라본 이들이 증언하는 메종 키츠네

 

38 Workshops

브랜드의 비주얼을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온 아티스트들

 

46 Opinion

<레 쟁록큅티블> 편집장 알리스 파이퍼

 

50 Modern Parisien

메종 키츠네의 도시 파리에서 일과 스타일의 가치를 발견하는 동시대의 파리지앵들

 

60 Club Kitsune?

키츠네 팬덤의 자연스럽고 유연한 라이프스타일

 

70 Opinion

메종 키츠네 공동 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쿠로키 마사야

 

76 Campaign

브랜드의 강박 없는 유연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캠페인 이미지

 

80 Looks

클래식함과 기발함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메종 키츠네식 패션 룩

 

88 Collaborations

네트워크를 통해 존재 영역을 확장하는 키츠네 컬래버레이션

 

96 Kitsune? Vibes

일상의 소통과 네트워킹을 만드는 카페 키츠네의 풍경

 

104 Brand Story

음악으로 시작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한 메종 키츠네의 행보

 

110 Keywords

키츠네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세부 항목들

 

112 About Preppy

시대상과 분위기로 읽어보는 프레피 스타일

 

116 Atelier

메종 키츠네 파리와 도쿄 오피스

 

122 People

메종 키츠네 오피스와 카페 스태프들의 스타일과 감각

 

128 Founders’ Favorite

브랜드의 감성적 기반이 된 두 창립자의 기호와 취향

 

130 Figures

메종 키츠네의 사업 전략과 성과를 알 수 있는 수치들

 

132 References

 

133 Outro

 

 

 

 

이슈 소개

 

예순아홉 번째 매거진 입니다.

 

당연한 듯 반복되는 일에 물음을 갖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제겐 잡지가 그렇지요. 잡지란 무엇이고, 잡지를 만드는 일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종종 생각하다 찾은 답은 이렇습니다. 잡지란 좋은 물건과 공간, 더 나아가서는 좋은 삶과 좋은 생각이 지니는 가치를 알리는 것이며, 잡지를 만드는 사람은 끊임없이 좋은 것을 구별해내고 그것이 왜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요. 물론 좋은 것에 대한 정의는 시대와 사회적 배경, 개인의 관점이나 기호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브랜드로 예를 들면 장인정신에 입각해 만듦새가 완벽한 물건을 내는 제조업체일 수도 있고, 시대적 감각으로 무장해 혁신적 경험을 제안하는 기업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설명이 무색하게 그냥 좋은 것들도 존재하죠. 멋진 사람과 호감이 가는 사람, 빈틈 없이 완벽한 공간과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 갖고 싶은 물건과 자주 쓰게 되는 물건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2002년 음악 레이블로 시작해 패션과 카페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브랜드 메종 키츠네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그들의 대표 아이템 중 하나인 ‘파리지앵’ 로고의 스마트폰 케이스나 여우 로고 패치가 붙은 티셔츠에는 무의식중에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는 매력이 있죠. 특히 브랜드명의 일부인 ‘키츠네 kitsune’에서 비롯한 여우 캐릭터는 이 브랜드의 태도를 상당 부분 함축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나 미국 국기의 패턴을 입은 여우 전신이나 의인화한 여우의 얼굴, 회화나 캐리커처의 형식으로 표현한 여우가 니트, 가방, 열쇠고리, 그리고 카페 키츠네에서 판매하는 쿠키나 광고 비주얼로 재탄생합니다. 캐릭터를 변주하는 방식에 특별한 개연성도 없죠. 상품의 성격이나 협업하는 대상에 따라 자유롭고 유연하게 움직일 뿐입니다. ‘왜’라는 질문에 “그냥 재미있잖아”라고 말할 것만 같은 초연함이 브랜드 정서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하지만 이러한 ‘키츠네 정서’의 밑바탕에는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각 영역에 대한 전문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2005년 메종 키츠네가 파리에서 첫 레디투웨어 콜렉션을 선보일 당시 그들이 구현한 스타일은 옷의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었습니다. 카디건이나 옥스포드 셔츠, 데님 팬츠, 스니커즈 등이 개별 아이템으로 꽤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고, 소재와 피트에 대한 고유의 해석도 있었죠.

기성제품과 별다를 것 없는 박스 실루엣의 티셔츠나 치노 팬츠에 여우 로고와 파리지앵 문구를 올린 것이 전부였다면 아마 이 브랜드의 위상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겁니다. 어쩌면 키츠네의 음악을 사랑하는 소수 팬을 위한 굿즈에 그쳤을지도 모르죠.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고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드는 음악 레이블로 시작했음에도 패션 브랜드를 음악의 하위 개념으로 두지 않은 것은 꽤나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현재 파리와 도쿄에 각각 한 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카페 키츠네’ 역시 패션 브랜드의 프로모션 차원이 아닌, 독립적 카페 브랜드로의 꼴을 갖추는데 집중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카페나 패션이 음악에 종속되지 않고, 음악이나 카페가 패션에 종속되지 않죠. 메종 키츠네의 영혼과도 같은 재치와 유머, 그리고 유연한 태도가 ‘한철 유행가’처럼 흘러가지 않았던 건 본질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 대목에서 건축가 출신의 공동창립자 쿠로키 마사야가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뱉은 말은 꽤 새겨 볼만 합니다. “키츠네의 음악 레이블이 힙합 아티스트와 계약한다고 해서 메종 키츠네 브랜드가 힙합 스타일의 옷을 디자인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메종 키츠네의 재기 넘치는 활약을 조금 더 오랜 시간 관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기분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우의 변신이 그랬던 것처럼요.

 

편집장 박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