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e vol. 32 TALENT

매달 인터뷰이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고, 여러 시선을 그러모아 한 권의 잡지를 만드는 일. 저는 이 일을 아주 좋아해요. 하지만 일찌감치 에디터로서 ‘재능’을 발견해서 일을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10대와 20대 숱한 날을 ‘나의 재능은 뭘까’ 고민하며 보냈거든요. 우연한 기회에 에디터로 일하면서 이 일에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듣는 재능, 글 쓰는 재능, 호기심이 많은 재능, 자료를 정확하게 찾는 재능, 사람을 좋아하는 재능… ‘내가 일을 어떻게 해내는가’를 살펴보니 숨겨진 재능이 보이더라고요. 가장 좋아하고 편한 방식으로 해낼 때, 재능이 발현되는 것이죠.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을 펴낸 마커스 버킹엄Marcus Buckingham은 재능을 ‘생산적으로 쓰일 수 있는 사고, 감정, 행동의 반복되는 패턴’이라고 정의했어요.

사람답게 살고자 글을 쓴 박완서 작가가 그랬고, 정리와 청소를 좋아한 곤도 마리에가 그러했듯이 평범함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쌓아가는 것도 재능이라는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어요.

이번 호는 나만의 무기로 ‘어떻게 해내는가’에 관한 이야기예요. 좋아하는 것에 안테나를 바짝 세워 직진하는 버튼티 출판 조인숙 작가와 곁의 두 아이가 자라난 과정을 나눠요. 조용하고 감성적인 엄마, 이연진 작가와 넘치는 호기심으로 과학에 재능을 보인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고 있을까요? 스케이트보드로 이어진 세 아빠가 아이와 함께 보드를 즐기는 법, 《아이라는 숲》 이진민 작가가 써내려간 ‘재능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살펴봐주세요.

한 권을 엮고 보니,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사는 삶’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나의 특성을 인정받는 일에서 싹트는 거네요. 꿈꾸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리아’, ‘강아지를 행복하게 해주는 은호’라 말하는 어린이들처럼요. 고유한 강점을 신뢰받은 어린이는 재능을 발전시켜나갈 거예요. 유성은 작가의 말처럼 재능은 ‘한 번에 맞춰야 하는 과녁이 아니라 언젠가 뚫어야 할 벽’일 테니까요. 그리고 스스로 빛을 내겠죠. 빛나는 자신을 만나는 순간, 존재는 얼마나 아름다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