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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설원기 컬렉션 전 《”1+1” 소장가의 시선》

     전시 개요     

설원기 컬렉션 전 《”1+1” 소장가의 시선》


- 9월 2일부터 10월 3일까지 한달여간, 작가이자 미술품 컬렉터인 설원기 작가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전시
- 설원기 작가가 20여년간 소장해 온 국내외 작가 35인의 작품 38점을 선보이는 동시에, 컬렉션에 포함된 작가 35인의 또 다른 작품을 각 1~2점씩 선보여 총 82점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

 

전시 명 : “1+1” 소장가의 시선 (“1+1” A Collector’s View)
전시 일정 : 2021년 9월 2일 (목) – 2021년 10월 3일 (일)
참여 작가 : 강석호, 고지영, 곤도 유카코, 김근중, 김범, 김정욱, 김지원, 김현정, 김혜영, 권경환, 나빈, 노은주, 문진영, 민경숙, 박기민, 빈우혁, 서용선, 설원기, 손현선, 안규철, 안창홍, 우정수, 이민정, 이순주, 이우성, 이은새, 이주리, 이준옥, 이호인, 임소담, 표영실, 한성우, 한진, 황지윤, Thomas Nozkowski
전시 장소 : 원앤제이 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31-14)
관람 시간 : 화요일 – 일요일 (오전 11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입장료 : 무료
웹사이트 : www.oneandj.com

 

     컬렉터·작가 설원기의 글     

'작가가 보이는 그림'(2021)

 

작가가 보이는 그림

 

전시장을 들러 보다가 가끔 작품을 구매한다. 주로 회화작업인데 소재와 기법은 다양하다. 나도 그림 그리는사람이라고 특별한 통찰력이 있는 것 같진 않지만 끌리는 작업은 분명히 있다. 추상화도 있고 인물화도 있고 평범한 풍경화도 있다.

요즘 “풍경”하면 로스(Bob Ross) 아저씨를 떠올리는 일반인들이 더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분 작업을 보면 그분이 어떠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제프 쿤스 (Jeff Koons) 작업은 멋있다. 전시장에서 보면 즐겁고 신비하다. 테슬라 자동차도 멋있다. 쿤스 작업이 미술 범위 안에 있어 그 멋이 더 중요해 보일 수도 있다. 의도는 이해 하지만 나한테는 작가가 명료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풍경을 그리는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의 『다시 그림이다』(2012, 디자인 하우스)가 인기 서적이라 해도 회화 작업이 미술 흐름의 대세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는 작가가 보인다.

회화가 공예로 인식되는 현실에 그림이 현대적이라는 해석이 있을 수 있나? 아직 미술에는 그림 그리는 작가들이 월등히 많다고 하는데 회화가 공예에서 벗어 날 수 있을까? 답은 회화에도 새로운 미학 기준이 자리 잡을 수 있느냐에 있다.

 

미술 중심에 있는 존재들은 변두리를 잘 안보게 된다. 나와서 보면, 흐름은 바뀌어도 여전히 스타일에 의지하는 것이 느껴진다. 세기가 지났는데 아직 우리는 모더니즘 영향권에 있는 듯하다. 아직도 어느 작업에 대해서 새롭냐, 누구하고 비슷하냐, 모작이 아니냐를 따지고 있다. 모던은 새로움과 혁명이고 포스트모던은 진화다.


뭐니, 뭐니 해도; 미학, 철학 해도; 포스트의 포스트라 해도; 방법과 개념이 바뀌었다 해도; 미술의 범위가 아무리 넓어졌다 해도; 그 넓음은 그 순간만인 것, 변함없는 미술의 중심은 진화 속에 자화상일 것이다. 그것도 작가의 모습이 안보이는 자화상이다. 고흐 (Vincent van Gogh) 의 수많은 자화상을 보면 다 고흐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지만 하나, 하나를 따로 보면 다 다른 사람 같다. 고흐의 자화상에는 모습이 중요하지 않다. 그 인간이 어떠한 사람인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얼마 전 도쿄 분카무라 미술관에서 안토니오 로페즈-가르시아(Antonio Lopez-Garcia) 개인전을 볼 기회가 있었다. 국내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살아있는 대가로 인정받는 작가이다. 로페즈-가르시아 작업의 대상은 작가가 특별히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들, 작업실, 소중한 정물, 뒷마당에 있는 모과나무, 그리고 고향인 마드리드 풍경들이다. 우리는 “애착”이라면 표현적 또는 서정적, 무언가 감성이 느껴지는 작업으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의 기법은 너무 객관적이고 때로는 묘사적이고 무려 냉소적으로 보일 수 있다. 사진이나 묘사를 하기 위한 도구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직접 현장에서 작업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언뜻 보기에는 너무 객관적인 구상 기법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도 풍경 작업이 많았다. 인상적이었던 작업들은 마치 미완성 같은 작업들이었다. 그는 뛰어난 묘사력을 갖춘작가이기에 완벽한 묘사가 아닌 것은 쉽게 미완성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작품들에서 부족함은 이상하게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로페즈-가르시아의 작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명확한 구사(構思) 단계로 이루어지고 전통적인 기법으로 묘사를 좁혀나간다. 미완성 같은 작업에도 작가의 철저한 태도와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에 모든 과정 속에 작가가 보이는 것이다. 풍경 속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건은 안됐지만 그의 작품을 집에 걸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작업에서 자화상이 중요해지면 장르가 사라진다.

작가의 생각, 이념, 개념만으로는 부족하기에 아직도 혼자서 털 달린 작대기 들고 휘져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미학은 진화한다. 그 진화 속에 우뚝 서 있으면 진보하고 현대적이다. 내가 보는 진화의 미학은 작가의 모습이 없는 자화상이다.

작업에 끌린다기 보다는 사람에 끌리는 것이다.


2021, 설원기

 

출처: 원앤제이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