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43
EDITOR’S LETTER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공간’에 대한 집착이 조금 큰 편입니다. 30년 가까이 할머니와 한방을 써온 터라, 내 방에 대한 갈망이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입니다.
극심하게 예민했던 사춘기 시절에도, 다 큰 성인이 되어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했던 때도 저는 할머니와 함께 있는 방 안에서 모든 감정의 기복을 삼켜야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비로소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저만의 공간이 생겼습니다. 독립을 했거든요. 제 마음에 드는 집을 골랐고,
제 마음에 드는 색으로 페인트칠을 했고, 지금은 제 마음에 드는 가구와 소품을 채워 넣는 중입니다.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공간을 채우다 보니, 더욱더 애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조금 더 재밌고, 조금 더 잘 살아야겠다는 삶의 욕구까지 생깁니다.
요즘은 어떻게 살아야 조금 더 즐겁게 살 수 있을지가 제 최대의 관심사거든요. 누군가를 초대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 공간에 좋아하는 사람과 있으면 뭘 하든 행복할 것만 같습니다.

공간 하나가 제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꿨습니다. 환경 하나 바뀌는 거라 생각했는데, 삶의 태도까지 바꿔놓았습니다.
이렇게 애정하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번 호 주제는 ‘아지트’입니다. 특집 코너에서는 다양한 아지트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누군가는 집을, 누군가는 작업실을, 그리고 누군가는 식당과 숍을 아지트로 삼고 있더라고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저도 자연스레 저의 집을 떠올렸습니다.

여러분의 아지트는 어디인가요?

편집장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