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피아니스트 1


해럴드 C. 숀버그 지음

박유진 옮김



444쪽 / 134X210 / 21,000원

9791190555746 04670 / 클



수많은 자료를 곱씹어 우선 음악가를 살려내고,

그다음엔 피아노 소리를 돌아오게 만든 이 오래된 책이

제대로 된 한글로 남는다는 자체가 벅차다.

ㅡ김호정│중앙일보 음악 기자, JTBC 〈고전적 하루〉 진행자




250년 동안 펼쳐진 피아노 연주의 문화사와 건반 위 위대한 거장들을 일화를 매혹적으로 담아낸, 피아니스트에 대한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다. 역사상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던 이들의 연주 방식과 기교적 특징을 생동감 있게 담았고, 그들의 개인적인 삶과 성격까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처럼 음악사 전반을 다루면서 피아니스트들의 삶과 그들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책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다른 서적과 달리 작곡가나 작품보다는 피아니스트들의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 구성도 독특한데, 한 인물에 집중해서 따로 소개하는 대신 여러 피아니스트를 하나의 테마로 묶거나 다른 인물과 관련지어 소개하고 있어 피아니스트의 역사를 좀 더 다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다.

『위대한 피아니스트』의 저자 해럴드 숀버그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평론가로 평가받았으며, 음악 분야 최초로 퓰리처상 비평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자료를 찾고 연구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출처를 몇 차례나 교차해 확인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 책에서도 그의 치밀한 성격과 풍부한 전문 지식, 평론가로서의 날카로운 시각이 돋보인다. 숀버그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로 방대한 내용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 피아니스트와 음악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하기에도 충분하다.




피아노 연주라는 예술에 공헌한 음악가들의 성격, 연주법, 기교적 특성과 음악적 계보에 관한 생생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ㅡ『더 뉴요커』



이 책은 지금껏 이 주제를 다룬 모든 저서 가운데 가장 뛰어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ㅡ『보스턴 선데이 해럴드』




다채롭게 펼쳐지는 피아니스트들의 생애와 음악사

『위대한 피아니스트』 한국어판은 총 2권으로 출간한다. 1권에서는 ‘기름처럼 흐르는’ 모차르트의 훌륭한 레가토, ‘바다 같이 밀려드는’ 베토벤의 음색, 클라라 슈만의 ‘연필화처럼 선명한’ 터치, 루빈시테인의 ‘화산이 터지는 듯한’ 감각적인 연주 등 그들의 연주 방식, 기교적 특징부터 모차르트와 클레멘티의 치열한 경쟁, 여성들을 유혹하는 리스트의 매력, 건반에 피가 묻어날 정도로 집요하게 손톱을 물어뜯던 갓초크의 버릇 등 개인적인 일화와 성격까지 촘촘하고 생생하게 들려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들의 어두운 이면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던 베토벤이 조율이 뒤틀린 피아노를 어쩌지 못해 즉석에서 반음 높인 조옮김을 감행하는 장면, 객석에 앉은 동료 피아니스트에게 운지법을 빼앗길까 두려워 건반 위로 한껏 웅크려 연주한 폰 파흐만의 일화 등은 흥미로우면서도 풍성한 정보를 제공한다.

숀버그는 악보를 분석하면서 해당 음악가의 신체적 특징, 연주 방식을 추정하기도 한다. 과거의 거장들은 직접 연주하기 위해 곡을 만들었기 때문에 악보에 표기된 운지법이나 표현에 대한 지시사항들은 연주자의 신체조건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칼크브레너나 훔멜의 악보에서는 건반에 손가락을 가까이 붙여 연주했던 습관이 오롯이 드러나고, 모셸레스의 악보에서는 손을 높이 올리는 과장된 몸짓이 투영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무척 흥미롭다.





차례

서문



1장 초창기

2장 기름처럼 매끄러워야 한다

3장 3도, 6도, 8도

4장 옆모습과 연주여행

5장 현이 끊어지도록, 손을 하늘 높이

6장 과도기

7장 아일랜드에서 보헤미아까지

8장 낭만주의와 그 규칙

9장 결핵, 낭만주의, 시

10장 천둥, 번개, 최면, 성적 매력

11장 아르페지오 전문가, 다른 살롱 연주자들, 미국으로의 진출

12장 또 다른 살롱 연주자들과 혁명적 옥타브

13장 두 감성적 피아니스트

14장 최초의 미국인 피아니스트

15장 고결한 비르투오소들

16장 폭군과 지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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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베토벤 시대부터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이 아닌 다른 작곡가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연주하기 시작한 피아니스트들이 나타났다. 이는 18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없던 일이다. 다른 무엇보다 전문 피아니스트가 많이 없었던 탓이다. … 모차르트, 클레멘티, 베토벤이 피아니스트였을 때의 대중은 운이 좋았다. 그 밖의 피아니스트들은 자신의 하찮은 협주곡과 변주곡, 왈츠, 포푸리, 전쟁 음악, 야니차렌 무지크 등을 연주하며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 그렇다고 대중을 위한 음악회라는 제도가 아직 널리 보급된 것은 아니었다. 이는 훨씬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이루어진다. ―‘초창기’ 중에서

*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18세기의 마지막 25년 동안, 공개 연주회라는 제도가 순조롭게 자리 잡고 피아니스트가 국제적 관심을 사로잡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었다. 피아니스트가 연주회장에서 청중 앞에서 연주할 때는 어떻게 앉아야 하는가? 등지고? 마주 보고? 이는 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였다. 모차르트와 클레멘티는 대부분 연주회장보다 살롱에서 연주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사람은 얀 라디슬라프 두세크다. 그는 최초로 관객을 오른편에 두고 앉았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자신의 고귀한 옆모습과 피아노의 곡선을 청중에게 보여줄 수 있었고, 세워놓은 피아노 뚜껑을 공명판 삼아 음색을 객석에 바로 전달할 수 있었다. ―‘옆모습과 연주여행’ 중에서

*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를 칠 줄 알게 되면서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듣고 싶어했고, 실제로 들었다. 피아니스트들은 유럽 이곳저곳에서 우후죽순처럼 나타났고, 모두 파리를 본거지로 삼기 위해 서둘러 몰려들었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가운데 중요한 인물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놀랍다.) 리스트와 탈베르크 같은 거장, 레오폴트 드 마이어처럼 쾅쾅 내리치는 연주자, 쇼팽 같은 시인, 헤르츠 같은 살롱 연주자, 알캉 같은 괴짜, 헬러와 헨젤트 같은 수줍은 연주자, 리톨프와 루빈시테인 같은 외향적인 음악가, 클라라 슈만과 한스 폰 뷜로 같은 학구적인 음악가, 드라이쇼크 같은 쇼맨이 나타났다. 이들은 열심히 활동했고, 음악가들의 활동 양식은 정형화되었다. ―‘낭만주의와 그 규칙’ 중에서

*

리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하면 여성들은 꽃다발 대신 보석을 무대 위로 던졌다. 그들은 넋을 잃고 소리를 질러댔고 기절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이 멋진 신사의 이목구비를 보기 위해 미친 듯이 무대로 달려 나갔다. 여성들은 그가 일부러 놓고 간 초록색 장갑을 두고 다툼을 벌였다. 어떤 여성은 리스트가 피우다 남긴 담배꽁초를 찾아내 죽는 날까지 가슴에 품고 다녔고, 어떤 여성들은 그가 연주 중 끊어뜨린 피아노 현을 값비싼 유물이라도 되는 양 가져갔다. 이 ‘유물들disjecta membra’은 액자에 보관되어 숭배되었다. 리스트는 단순한 연주회가 아니라 야단스러운 축제를 벌였다. ―‘천둥, 번개, 최면, 성적 매력’ 중에서




지은이 해럴드 C. 숀버그 Harold C. Schonberg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브루클린대학교와 뉴욕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뉴욕타임스』에서 30여 년을 일했으며, 1960~1980년에는 수석음악평론가로 재임했다. 1971년에는 음악 분야 최초로 퓰리처상 비평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위대한 작곡가들의 삶』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남겼으며, 2003년에 87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옮긴이 박유진

경희대학교에서 경제학과 호텔관광학을 공부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후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1984』 『아무래도 하노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