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 vol.28 FEELING

우리가 매호 나누는 가족의 삶은 그들의 가치관과 태도를 보여주는 일이에요. 삶에 있어서 감정과 관계는 숨어 있는 핵심 존재인데, 이를 주제라는 이름을 주어 밖으로 꺼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모두가 공통으로 가지는 감정이 너무나 다양하고, 그것을 설명하는 언어나 우선순위도 제각각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반대로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누군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비슷한 시대에 부모로 살아가고 유사한 성향의 아이를 키우는 이들에게도 낯설 수 있지 않을까요? 평범한 사람이 나 자신으로 충실하게 살아감으로써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고유한 삶, 그 독특한 낯섦 안에서 나와 우리 가족의 흔적을 발견해보면 좋겠다고요.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포토그래퍼 니나 안의 낯설고 따뜻한 시선으로 문을 열어요. 뒤이어 일과 아이라는 두 존재를 키우는 ‘사라즈문’ 안신영 대표가 시시콜콜한 일상에서 흐릿한 감정을 세심하게 감각하는 과정을 나눠요. 무덤덤하고 굳건하게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강해.”라고 말하는 김예찬 감독의 육아 철학과 완벽한 존재가 되려고 하기보다 엄마에게 기대어 삼대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석윤이 디자이너의 성실한 나날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망원동 애미들’의 연대를 보며 낯설지만 익숙한 나 혹은 내 아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거예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는 도구로 ‘기질’을 빼놓을 수 없겠죠? ‘우리는 이렇게 마음을 나눠요’와 ‘내가 있어야 할 자리’ 기사에 엄마의 MBTI와 아이들의 기질을 표시했어요. 친숙한 듯 생소하게 바라볼 수단이 되어줄 거예요.

감정을 주제로 한 권을 꾸리면서 사람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타인과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정신건강의학과 윤우상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는데요, 육아는 삶 자체라는 것, 삶은 언제나 변화하고 일관되지 않기에 우리는 그저 흐르는 세상에 몸을 맡기며, 같이 놀고 구박하고 때론 반성도 하면서 각자의 색깔로 서로를 물들이며 살면 된다고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마음뿐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 과정을 걸으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