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작물로 빚은 새곰한 맛의 제주 전통주 이야기. 밭을 일구던 제주인의 주곡은 쌀이 아닌 보리와 좁쌀, 밭벼였으니 술 역시 밭작물로 빚었다. 누룩 역시 육지와는 다르다. 육지 사람들은 밀누룩을, 제주에선 당화력이 센 보리누룩을 썼다. 술떡은 찌지 않고 삶았다. 식수가 귀한 탓에 물을 끓여 날리는 건 엄두도 못 냈기 때문. 차좁쌀로 빚은 오메기술을 비롯해 산열매와 꽃으로 만든 가향증류주, 동물성 식품을 넣은 약용주 등 한라산과 오름, 바당이 품은 온갖 자연물이 술의 재료로 사용됐다. [제주술담]은 제주 전통주의 맛을 따라 섬사람의 삶과 정신, 철학을 살뜰히 마주한다. 더불어 오늘날 제주의 전통주를 기반으로 홈술 빚는 로컬러의 술 다끄는 풍경과 각자의 레시피도 함께 소개한다.